10월 7일 수요일
AI를 들여놓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업무의 판단과 책임을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오늘은 조직 내부의 암묵지를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과, 고객을 대신해 행동하는 AI에 통제선을 긋는 방법을 함께 본다.
도구 도입이 아니라 업무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일
COSMAX 사례가 보여주는 변화의 단위는 개인의 작업 속도가 아니다. 엑셀과 전화에 숨어 있던 판단을 드러내고, 현업과 기술 인력이 함께 책임질 수 있는 흐름으로 바꾸는 것이 출발점이다.

AI를 지급했는데도 회사 전체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면, 무엇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개인이 문서 작성이나 분석 시간을 줄였다고 해서 조직의 산출 방식이 저절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COSMAX 사례의 핵심은 AI를 기존 절차 위에 얹는 대신, 현업이 실제로 일을 끝내는 경로를 다시 기록하고 연결했다는 데 있다. 재무 통제와 감사 추적을 맡는 ERP는 유지하되, 엑셀·전화·메신저에서 처리되던 중간 계산과 예외 판단을 부서별 시스템으로 옮겼다. 이렇게 하면 마지막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에 이른 과정도 데이터가 된다. 변화의 주체 역시 외부 공급업체만이 아니다.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입력과 출력, 예외와 판단 기준을 설명하고, 숙련 엔지니어가 권한·검증·백업을 보강하는 결합이 필요하다. AI 전환은 사람을 한꺼번에 대체하는 프로젝트라기보다, 조직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이게 만드는 업무 재설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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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찾아야 할 것은 ‘숨은 운영체제’다
ERP에는 발주·생산·납품·회계의 최종 결과가 남지만, 급한 주문을 맞추기 위해 누구에게 전화했고 어떤 원료와 포장재를 확인했는지는 직원의 기억과 개인 파일에 남기 쉽다. COSMAX에서는 엑셀이 오래된 ERP와 변한 현장 사이를 이어 주는 적응층이 됐고, 어떤 부서원은 하루 최대 300개의 Teams 메시지를 추적했다. 이 중간 과정을 없다고 보고 자동화하면 예외 처리 능력까지 지워진다. 따라서 첫 단계는 표준 절차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숙련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우회로와 판단 근거를 함께 드러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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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은 요구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된다
COSMAX에서는 AI 코딩 교육에 참여한 도메인 전문가가 자신에게 필요한 작은 시스템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개발자 수준의 코드를 저장소에 올리는 인원이 약 100명에 이르렀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모든 직원에게 개발자 직함을 주는 것이 아니다. 현업이 자기 업무의 입력·출력·예외를 설명하고 실제 흐름을 시험하면서, 기술팀과 외부 공급업체에 요구사항을 넘기기만 하던 위치에서 공동 설계자로 이동한다. 숙련 엔지니어는 이 속도를 막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손실, 과도한 권한, 품질 편차를 막는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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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사용량이 아니라 바뀐 흐름에서 측정한다
이 사례는 도구 접속자 수보다 투자와 운영비, 처리 시간, 고객 대응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본다. 7~8개월의 실험 뒤 향후 2~3년간 약 70억 원의 신규 개발 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연간 약 20억 원이던 유지보수비는 다음 해부터 70%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 수치는 한 회사의 내부 계산이므로 보편적 약속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만 자동화의 효과를 ‘몇 시간을 아꼈는가’에만 묶지 않고, 어떤 외부 비용과 반복 연결이 사라졌으며 고객 문제 해결에 시간이 얼마나 돌아갔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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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교체보다 통제된 병행이 현실적이다
회계 데이터의 신뢰와 감사 절차를 지키는 기존 ERP는 하루아침에 걷어낼 수 없다. COSMAX도 SAP를 폐기하기보다 차세대 전환을 준비하면서, 부서별로 작동하는 AI 업무 시스템을 기존 백본에 연결하는 길을 택했다. 새 흐름과 기존 흐름을 한동안 함께 운영하면 비용·속도·품질을 비교할 수 있고, 실패가 회사 전체로 번지는 범위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검증과 백업 없이 빠르게 만든 시스템이 데이터베이스를 손상한 사례처럼, 제작 속도만 앞세우면 현업 지식이 새로운 위험으로 바뀐다. 경영진은 실험을 허용하는 동시에 중단 기준과 승인 책임을 직접 이해해야 한다.
AI 전환 뒤 사람에게 남는 일은 기존 작업을 더 빨리 끝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반복 업무를 없앤 사람이 새로 확보한 시간을 고객의 장애물을 풀고, 더 나은 제품을 제안하고, 다른 부서의 흐름까지 재설계하는 데 써야 한다. 그래서 직무의 새 기준은 처리량만이 아니라 분별력, 안목, 신뢰, 그리고 자신의 업무를 먼저 해체할 책임감이 된다. 조직도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 도구를 얼마나 배포했는지가 아니라, 사라진 반복과 새로 생긴 판단의 주인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대신 행동할수록 승인과 신뢰를 더 선명하게
작은 반복 업무에서 결제 같은 고객 행동까지 AI의 실행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자동화의 속도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사람이 남길 목표·승인·책임과 고객 경험의 경계다.

조사와 초안을 넘어 구매까지 AI에 맡길 때, 조직은 어디까지 자동화하고 어디에서 사람을 다시 불러야 하는가?
AI가 이메일을 조사해 답장을 준비하거나 업무 자료를 모으는 단계에서는 잘못된 결과를 사람이 고치기 쉽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주문과 결제까지 수행하면 한 번의 실행이 금전, 약속, 환불, 분쟁으로 이어진다. 두 원문은 이 확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하나는 같은 일을 서너 번에서 다섯 번 직접 해 입력과 판단 지점을 이해한 뒤 자동화하라고 권한다. 다른 하나는 채팅 안에서 끝나는 결제, 판매자 시스템과 연결하는 결제, 외부 페이지로 이동하는 결제처럼 통제권과 편의가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 공통된 결론은 ‘완전 자동화’를 먼저 고르는 대신, 고객 여정의 어느 단계에서 속도를 얻고 어느 단계에서 승인·추적·복구 능력을 보존할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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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을 관찰한 뒤 자동화한다
Greg Brockman이 제시한 실용적 기준은 같은 일을 세 번에서 다섯 번 직접 수행해 보는 것이다. 복사와 붙여넣기로 시작해도 괜찮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입력, 사람이 망설이는 지점, 결과가 틀렸을 때 되돌리는 방법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모든 연결을 붙이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가정이 절차로 굳을 수 있다. 조직은 작은 업무 하나를 고르고 실행 결과를 검토한 뒤, 반복되는 조사와 초안은 AI에 넘기되 고객 약속과 중요한 승인은 사람이 유지하는 순서로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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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에이전트 결제 사례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나온다. 채팅 안에서 상품 선택과 결제를 끝내면 이동이 적지만 해당 환경에 맞춘 경험이 필요하다. 상품 정보와 결제 연결 지점만 제공하면 화면 제작 부담은 줄지만 고객 접점의 표현은 플랫폼에 더 맡기게 된다. 판매자의 외부 결제 페이지로 보내면 화면과 주문 흐름을 폭넓게 통제할 수 있는 대신, 외부에서 끝난 상태를 에이전트 화면과 다시 맞춰야 한다. 제품팀이 결정할 것은 어떤 방식이 더 새로워 보이는지가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편의와 설명, 브랜드 통제, 운영 복잡성 사이의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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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편리한 화면 뒤의 운영에서 만들어진다
결제 정보는 판매자에게 원본 카드 번호를 그대로 넘기지 않고 제한된 토큰으로 바꿀 수 있다. 사례의 토큰은 특정 판매자, 최대 금액, 통화, 만료일에 묶이며, 기존의 청구·환불·차지백·컴플라이언스 흐름과 연결된다. 고객에게는 짧은 결제 경험처럼 보여도 조직 안에서는 누가 거래를 승인했고, 실패 시 어디에서 상태를 확인하며, 환불과 분쟁을 누가 책임지는지가 남아야 한다. AI가 앞단의 대화를 맡을수록 뒤단의 추적성과 복구 절차는 덜 보이는 기능이 아니라 제품 약속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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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는 기능보다 문제 이해에 쌓인다
기본 앱 제작과 반복 실행이 쉬워질수록 특정 모델의 약점을 가리는 얇은 기능은 오래가는 우위가 되기 어렵다. 원문은 교육·의료처럼 이해관계자가 많은 분야에서 고객 관계와 산업 지식, 신뢰와 업무 흐름을 축적해야 모델이 좋아질수록 제품도 함께 강해진다고 본다. 결제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여러 에이전트 화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객이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와 판매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승인·환불·상태 관리 규칙을 알아야 한다. 자동화의 경쟁력은 실행 횟수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에 남는다.
도입 순서는 단순하다. 작고 실제적인 업무를 사람이 먼저 수행하고, 판단 지점과 실패 복구를 확인한 뒤, 조사와 반복 실행부터 넘긴다. 고객을 대신해 돈을 쓰거나 약속을 만드는 단계에는 금액·범위·만료 같은 제한과 명시적 승인, 상태 추적을 둔다. 마지막으로 편의가 늘어난 만큼 환불과 분쟁, 잘못된 실행을 누가 책임질지 운영 주체를 정한다. AI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조직일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경계를 정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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